공부 습관 이야기 모음: 슬럼프, 오답노트, 한 해 시간표
가상 사례로 보는 공부 과정과 시행착오
이 카테고리의 글은 두기고가 만든 가상의 학습 사례입니다. 실제 인물의 후기가 아니며, 이름과 점수는 설정입니다. 시험 정보와 공부 방법은 실제 시험 구성에 맞춰 썼습니다.
자격증 공부가 막히는 이유는 실력보다 습관일 때가 많다. 슬럼프, 오답노트, 시간표 세 가지 주제를 가상 사례로 풀어봤다.
시험 2주 전, 책상에 앉으면 폰만 봤던 날들
시험 2주 전부터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월요일. 책상에 앉았다. 폰을 봤다. 한 시간이 사라졌다.
화요일. 어제보다 일찍 앉았다. 또 폰을 봤다. 자책하는 것도 피곤해서 그냥 누웠다.
수요일. 계획을 새로 짰다. 하루 3시간. 이틀 만에 무너질 계획이라는 걸 짜면서 알았다. 그래도 짰다.
목요일. 폰을 거실 서랍에 넣었다. 불안해서 서랍을 세 번 열었다. 그날 문제를 5개 풀었다. 5개가 끝이었다.
금요일. 5개를 풀고 나니까 10개를 풀게 됐다. 시작이 어려운 거지 하고 나면 이어진다는 말이 맞는 건가 싶었다. 아직 확신은 없다.
토요일. 독서실에 갔다. 집에서는 안 됐는데 주변 사람들이 문제집을 푸는 걸 보니까 따라하게 됐다. 도착해서 첫 20분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일요일. 아무것도 안 했다. 안 하기로 정한 날이라 죄책감은 줄었다.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30분 공부하고 10분 쉬었다. 쉬는 시간에는 폰을 봐도 되게 했다. 대신 알람을 맞췄다. 알람을 끈 적이 몇 번 있다.
잠은 7시간을 지키려고 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20분 걸었다. 걸으면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다음 주 화요일. 폰을 서랍에서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서랍 열쇠를 동생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동생이 500원을 요구해서 그만뒀다.
수요일. 모의를 풀었다. 52점이었다. 어제보다 낮다. 어제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점수를 노트에 적지는 않았다.
목요일. 시험 전날이다. 새로 본 건 없다. 수험표를 가방에 넣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천장을 보면서 끝나면 뭘 먹을지만 생각했다. 치킨이다.
금요일. 갑자기 컨디션이 좋았다. 한 시간에 문제를 20개 풀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 느낌을 붙잡으려고 다음 날 같은 시간에 앉았는데 그날은 다시 안 됐다. 컨디션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닌가 보다.
독서실에서 옆자리 사람이 졸고 있었다. 나도 졸았다. 같이 졸아서 마음이 편했다.
시험은 봤다. 결과는 발표 전이다. 점수는 평소보다 낮을 것 같다. 이번에는 괜찮다. 슬럼프를 없애려던 게 아니라 그 안에서 5문제를 푼 거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지금 책상에 앉아서 폰을 보고 있다면, 일단 한 문제만 풀어봐도 된다.
오답노트를 안 쓰던 애가 쓰기 시작한 이유
나는 오답노트가 싫었다. 문제를 오려 붙이고, 색깔 펜으로 정리하고, 예쁘게 꾸미는 것. 하다가 지쳐서 세 번 포기했다.
선배가 말했다. 예쁘게 하지 마. 그냥 한 줄만 써.
그래서 기준을 바꿨다. 틀린 문제를 노트에 이렇게만 적는다.
- 유형: 전력 계산
- 틀린 이유: kW를 W로 안 바꿈
- 정답: P = VI, 단위부터 확인
문제는 베끼지 않는다. 쓰는 데 10초 걸린다. 10초는 귀찮아도 한다.
처음 2주는 별 느낌이 없었다. 3주 차에 노트를 넘기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같은 말이 계속 적혀 있었다. 단위를 안 바꿈. 단위를 안 바꿈. 단위를 안 바꿈. 나는 공식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단위를 대충 보는 사람이었다.
이걸 알고 나서 계산 문제를 풀 때 단위부터 확인했다. 그것만 했는데 모의 점수가 7점쯤 올랐다.
틀린 이유를 세 종류로 나눠봤다. 공식을 몰랐다, 계산 실수를 했다, 문제를 잘못 읽었다. 계산 실수와 잘못 읽은 건 공부가 아니라 습관 문제다. 이런 건 더 공부해도 안 고쳐진다. 문제를 한 번 더 읽는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노트에 쌓인 줄 몇 개를 더 옮겨본다.
- 유형: 변압기 효율 / 이유: 철손과 동손 헷갈림 / 정답: 철손은 거의 일정, 동손은 부하에 따라 변한다
- 유형: 병렬 합성저항 / 이유: 역수 안 씀 / 정답: 곱하기 나누기 합부터 확인
- 유형: 접지 / 이유: 숫자를 못 외움 / 정답: 카드로 따로 정리
친구가 내 노트를 보고 글씨가 왜 이러냐고 했다. 맞다. 글씨가 예쁘지 않다. 그래도 내가 읽을 수 있으면 된다. 한 문제에 이유가 두 개일 때는 둘 다 적었다.
노트는 얇은 줄공책 한 권이면 충분했다. 두 달 동안 한 권을 거의 다 채웠다. 줄이 가득 찬 걸 보는 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틀린 개수가 곧 노트의 두께가 되니까.
시험 전날에는 이 노트 한 권만 봤다. 교재 전체를 다시 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자주 틀리는 것만 모여 있으니까.
풀다가 틀린 문제는 두기고에도 오답으로 저장된다. 노트에 이유를 적고, 사이트에서 같은 유형을 다시 풀었다.
전기기능사 필기는 합격했다. 오답노트 덕분이라고 말하기에는 다른 요인도 많다. 그래도 단위 실수를 잡은 건 노트 덕분이다. 그건 확실하다.
고2 1년 동안 자격증 3개에 도전해서 2개 딴 시간표
고2 때 컴활 2급, 한국사능력검정, 정보처리기능사에 도전했다. 두 개를 땄고 하나는 포기했다. 시간표를 먼저 보여준다.
평일은 이렇다.
- 7:30 등교. 지하철에서 기출 앱으로 문제 풀기
- 16:30 하교
- 17:00 ~ 18:00 저녁, 휴식
- 18:00 ~ 19:00 자격증 공부
- 19:00 ~ 21:00 학교 숙제와 개인 시간
- 22:30 취침
자격증 공부는 하루 한 시간이다. 이것보다 늘리면 동아리와 숙제를 못 해서 안 늘렸다. 토요일은 오전에 두 시간, 일요일은 쉬었다.
학기별 순서는 한국사가 먼저였다. 시대 흐름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1학기 초에 시작했다. 한국사는 심화 3급이 나왔고, 입시에는 충분하다고 해서 거기서 멈췄다. 기대한 점수는 아니었다.
컴활 2급은 1학기 말에 했다. 단기간에 몰아서 하는 시험이라 생각했다. 몰아서 하려고 잠을 줄인 주가 있었는데 그 주 내내 수업 시간에 졸았다. 합격은 했다. 다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 방식이다.
정보처리기능사는 여름방학에 준비했다. 시간이 많으니 제일 어려운 걸 넣었다. 그런데 방학 2주 차에 코드 문제에서 계속 막혔고, 3주 차에는 시험 접수일을 놓쳤다. 다음 회차를 기다리다가 2학기가 시작됐고 그냥 접었다. 이게 포기한 하나다.
친구들 이야기도 적는다. 한 친구는 컴활을 한 번에 붙었다고 자랑했다. 다른 친구는 세 번째 떨어졌다고 했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둘 다 내 시험이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응시료도 은근히 부담이었다. 세 개를 합치면 용돈을 몇 달 모아야 했다. 접수를 놓친 정보처리는 응시료를 아낀 셈이지만 그렇게 위로하기엔 아깝다.
방학에 제일 힘들었던 건 공부가 아니라 생활 리듬이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니까 공부 시간이 계속 밀렸다. 일어나는 시간만 고정했는데도 하루가 조금 정리됐다.
잘한 점이 하나 있다면 세 개를 동시에 하지 않은 것이다. 하나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섞어서 했다면 정보처리뿐 아니라 컴활도 놓쳤을 것 같다.
못한 점은 접수 일정을 달력에 안 적은 것이다. 시험 날짜만 알고 접수 마감일은 몰랐다. 이건 진짜 바보 같았다.
고3이 되면 시간이 더 줄 텐데 하루 한 시간은 유지하려고 한다. 정보처리는 다시 도전할지 아직 못 정했다.
각 글의 내용은 사람마다, 시험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요. 자신의 일정과 약점에 맞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 쓰면 됩니다.
시험 일정, 응시 자격, 합격 기준은 해마다 바뀔 수 있어요. 접수 전에 큐넷(Q-Net) 또는 시행기관의 공식 공고를 꼭 확인하세요.